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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한삶
시절 본문
지난 목요일, 전 회사(사실 전전회사지만)부대표님 같았던 분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환하게 웃으시면서 나에게 팔짱부터 끼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맛있는 호떡집에서 포장해오셨다고 비닐에 싼 호떡 두개를 언니랑 먹으라고(그러고보니 당시엔 언니랑 살고있었다.) 쥐어주시고는 짜장면 앤 탕수육 / 회덮밥 / 청국장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하셔서 바로 청국장을 골랐다. 식당에서 추가한 고등어찜과 청국장에 밑반찬들을 먹으며 ‘짜지않아서 맛있다.. !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전 회사에 그 트러블메이커였던 과장은 결국 욕심부리다 한바탕 난리가 나고 퇴사했다..’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나눴다. 그리고 좋아하신다던 근처 카페로 가서 찻잎이 진짜 그득그득했던 진한 페퍼민트티와 루이보스티를 먹으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며 국장님의 소녀같으신 모습도, 초롱초롱한 눈빛도, 진짜 진짜 좋은 피부에 묻어있는 삶의 애환들도, 하시는 말씀과 터놓은 속내도 여전히 참 그대로셔서 그 회사를 다녔던 사년 남짓한 시간동안 이 분께 종종 이유없이 갔던 내 마음을 더 이해할 수가 있었다. 내려오는 길 역시 좋아하신다던 수제사탕가게에 데려가주셔서 나는 회사팀원분들과 나눠먹을 사탕 몇개와 카라멜을 사고 국장님께서 또 몇개사서 쥐어주시는 사탕도 받고, 그리고 역으로 가는 길, 근처에 맛있는 드라이카레집도 있고 동네에 강아지도 정말 많으니 카레먹고싶을때 언제든 편하게 연락하라고 여덟번 정도 말씀하시고는 손 흔들며 헤어졌다.
내가 본 국장님은 너무나도 그대로셨는데 국장님의 눈에 비친 난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집에갔다. 어떤 모습은 그대로이기도 하고 또 어떤 모습은 낯설기도 하고 그러셨겠지.
텀이 1년이든 2년이든, 얼마가 되었든간에 종종 이렇게 연락이 이어지고 아주 가끔이라도 만나는게 새삼 신기했다. 반대로 언제든 볼 수 있다 생각하는 사이라도 언제든 못(안) 볼 수 있게 된다고 요새 더 느끼고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 나를 궁금해하거나 흥미로워하는 사람들 , 별관심없는 사람들, 나에게 실망한 사람들, 그래서 떠나간 사람들 , 반대로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들, 언제든 볼 수 있는 사람 또 반대로 언제든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모든..
시절인연이란 말에 대해 과연 나는 어떤 시절을 지나며 보내고있는지 생각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나는 결국 지나갈 뿐인 이 시절들 동안 무엇을(누구를) 놓치며, 바라고, 원하며 그로인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생각한다. 추악한 면도 있겠고 나아져 스스로 기특해 할 수 있는 부분도 , 너무나도 그대로인 면들도, 이젠 절대 찾을 수 없는 예전의 그리움들도 생겨있겠지. 그럼에도 잃거나 잊고싶지 않은 부분들은 사무치도록 잘 알고있기에 종종 서글프다.
나를 지나간, 또는 지나친 사람들은 나를 기억할까
내 모자람과 미숙함으로 놓친 인연들은 나를 기억해줄까.
내 의지로 변해가는 내 모습과 내 의지로도 어찌할 수 없이 변하는 내 모습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2024년의 가을.
지금의 시절.. 지나고나면 또 조금은 알 수 있게되겠지.
그러니 자연스럽게 흘러가자.
결국 모든건 자연스럽게 되돌아갈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