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삶

자미 본문

하루

자미

소고기카레. 2024. 11. 19. 01:54


잠이 안온다. 몇달만이지?

-
주말에 너무 많이 잔 탓일까. 오늘 아침부터 연거푸 마신 아아-라떼 때문이려나. 두시간을 뒤척이다 결국 잠들기는 실패한 것 같고 계속해서 머릿 속을 멤도는 글자들이나 정리하러 하얀 화면을 켰다.

-
오늘은 저녁에 퇴근해서 해야할 일들을 모두 마치고(도서관-세탁소-올리브영-틈새운동) (<“칭찬의 박수 세번***”) 집에와서 주말에 시장에서 산 손두부 반모 남은 것과 볶아뒀던 김치를 꺼내먹었다. (+오이지무침) 하얗고 아무맛이 없는 담백하고 고소한 네모모양과 빨갛고 짜고 맵고 달고 아삭거리는 네모잎파리를 함께 먹고있자니 여러가지 맛이 느껴졌다. 사실 저녁생각은 없었고 운동생각은 더더욱 없었는데 오늘 회사에서 또 살빠졌냐는 이야기를 듣고 더블로 밥 좀 챙겨먹으라는(…)슬픈 이야기를 들어서 틈새달리기도 하고 스쿼트도 하고 단백질이랑 염분도 챙겨먹었다. 20대땐 살빠졌냐고 하면 기분이 참 좋았는데 30대에 들어서고나선, 그리고 살이 실제로 빠지고나서는 ‘살빠졌냐 = 너무 힘없어보인다’ 로 들려서 웃프다. 웃픈 이유는 그것이..(힘이 없어 보이는 것) 사실이기 때문이다.

-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나 그 외의 것은 열심히 한다고 할 수 있나? 라고 자꾸 자문하게되고 검열아닌 검열을 하게 된다. (사실 주어진 일들에 대한 열심도 씅에 차진않아.. ㅠ)
매일매일 하루를 보냄에 있어 자의로든 타의로든 부여된 강제성이 있어야 아주 조금의 성취라도 있음에, 이제라도 그 방법을 알고 스스로를 다루기 시작할 줄 앎에 안도해야하나..
아니..알았으니 어떻게 관리하고 이 방법을 디벨롭해나갈지 고민해봐야한다. 일을 하다보면 요새는 내가 너무 쉬운 길로 가려고하고 대가리를 굴리지않으려고 하고 요행만 바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밑도끝도없이 순간 부끄러워지고 도망치고싶을때가 종종 있다. 내실은 하나도 없는데 입만 살아 둥둥 떠다니는 그런 기분이 들때가 있다. 근데 도망칠 수 없다는 것도 이젠알고 도망쳐도 갈 곳도, 가고싶은 곳도(것도) 지금은 없다는 걸 이젠안다. 그러니 부끄러워지면 충분히 부끄러워하고 왜 내가 지금 부끄러운지 이 감정의 원인을 복기하고 좋은 자세는 따라하고 곁에서 두눈 부릅뜨고 배우자고 되뇌인다. 다른 길은 없고 지름길은 더더욱 없다고. 뭔가 나오지않아 머리아픈만큼, 결국 뭔가 나와서 그려낸 순간의 명쾌함만큼..딱 그만큼 성장하고 있는거라고. 그러니 욕심부리지말라고. 자연스럽게 가자고.

-
올해 하반기 가장많이 생각한 두 단어 , 아니 세 단어가 있다면 욕심 / 건강 / 자연스러움 아닐까. 세개 다 왜그런지 말하기에는 슬슬 손목과 엄지손가락이 아픈관계로 마지막 자연스러움에 대해서만 털어보자면 스스로 내가 가장 행복할때는 자유할때인데 내가 언제 자유한지 생각하다보니 두가지 큰 줄기가 있더라.
1) 뭔가를 스스로 생산해내서 그려낼때 / 2) 자연을 바라볼때.
근데 1의 경우가 2보다 자주 찾아오기 어렵다보니 저 감정을 인지하고 나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내 상태에 집중해봤는데 이유는 그냥.. 나무와 숲. 산. 잎파리. 흐르는 물. 풀. 꽃. 곤충. 개구리. 물고기. 그 사이의 구름. 능선. 등 이런것들을 바라볼때 아이러니하게도 아무것도 바라보지않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자연은 눈에 거리끼는것도, 마음에 그리워 서글픈것도, 보기싫어서 눈을 감고싶은 것도. 그로인한 소리가 소음인 적도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였다. 왜일까 생각하던 중 접하게 된 책, 법륜스님(아마도)의 <홀로사는 즐거움> 을 읽으며 알게된 작은 사실. 내눈에 비친 자연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기 때문이였다. (쓰면서 나도 무슨말인가 싶지만 말의 심지를 내가 알고있으므로 괜찮다.) 그렇게 느끼고나서 자연스럽게 살고싶다 라는 소망이 생겼다. 이 소망은 1차원적으로 푸릇한 자연을 끼고 가까이 살고싶다는 마음보다는 (물론 그것도 너무나 바라지만)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그리고 앞으로 내가 그려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삶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의 시작을 말한다. 아직 시작이므로 앞으로 계속해서 고민해보려고..
언제 끝날지,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두가지 줄기 중 하나에서 잎파리가 돋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기대된다. (고 생각해야지.)

-
머릿 속을 돌아다니던 글자들을 정리하고나니 이제야 조금 졸리다. 눕기 전 일기도 두장이나 썼는데 아무래도 털어낼 말들이 많아 머리가 무거워 잠이 오지 않았었나보다.

-
오늘 퇴근길 버스에서 겨우 다 읽은 <홀로사는 즐거움>의 어느 구절로 글을 끝내야겠다.
그리고 내가 지금 기억하는 이들도 모두 꼭 잘 잤으면 좋겠다.



‘사라져가는 것들은 아름답다.
다시 볼 수 없는 모습들이기에 또한 애처롭고 슬프다.
봄날이 내 가슴에 물기를 돌게 한다.‘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나간 갈결 - 2024  (1) 2025.01.15
지나간 열음 - 2024  (1) 2024.12.30
시절  (0) 2024.11.09
241010  (0) 2024.10.11
한글생일  (0) 2024.10.10
Comments